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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20일 월요일

젊어서 고생도 도움이 필요하다 – 청년 빈곤과 디지털 격차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다. 한때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우리 사회에서 유독 청년층의 빈곤과 고통은 당연한 것처럼 치부되곤 했다. 하지만 계층 간 격차가 벌어지고, ‘사회적 사다리’가 사라진 요즘 청년층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심각하다. 교육, 입시, 취업 등 계층 이동의 수단이 되던 장치들이 제 기능을 잃으며 청년층은 점차 희망을 잃고 있다. 이는 곧 고독사, 경제적 고립 등 사회적 문제로 직결되고 있다.

대물림되는 가난,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취업 시장의 위축, 높은 대학 등록금에 청년층은 좌절하고 있다. 여기에 LH 부동산 투기 사건, 각종 취업 비리 등은 청년층을 더욱 무기력하게 만든다. 더 이상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을 수 없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청년도 급증하고 있다. 더 나은 내일을 꿈꿀 수 없는 상황에서 삶을 포기하는 것이다.

청년층의 빈곤은 디지털 격차와도 직결된다. 디지털이 보편화되는 사회 속에서 대학도 수업, 과제 및 각종 공지를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비대면 수업이 권고되면서 수업 및 과제를 포함해 일부 시험 역시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제 대학생에게 전자기기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하지만 전자기기 보유가 어려운 빈곤 청년에게 디지털화되는 대학환경은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빈곤청년이 새로운 정보소외 계층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문제는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대책이 미미하다는 점이다. 젊은 층이기에 디지털 리터러시를 당연히 갖췄을 거라는 시각은 빈곤청년을 더욱 좌절하게 만든다.

대학 역시 정보 소외계층인 빈곤청년을 외면했다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코로나19로 수업 및 시험의 전면 비대면 전환이 이뤄진 것은 재학생 전체를 고려한 조치였다. 하지만 빈곤청년들에 대한 배려가 결여된 조치는 공정한 교육의 기회를 받을 권리를 빼앗아 버렸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도 대학은 빈곤청년을 위한 디지털 기기 및 활용 환경 제공에 소극적이었다. 이제는 공정한 교육 기회 제공을 위한 논의와 함께 관련 환경을 구축하려는 실질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다행히 우리 대학은 빈곤청년 구제를 위한 각종 장학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한계가 존재한다. 생활비성 장학금으로 지급되는 대부분의 교내 공모전은 전자기기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예를 들어 ‘Show yourself’ 공모전의 경우 ucc 형식으로 제출해야 한다. ‘Smith 탐방대’ ‘스미스인문주간 독서감상문 공모전,’ ‘독후 에세이 공모전’ 등 대부분의 교내 공모전이 컴퓨터 파일 제출을 기초로 한다. 자유로운 컴퓨터 사용이 어려운 빈곤청년들에게 이는 분명한 제약이다. 참여와 접수방식의 다양화가 필요한 이유다. 빈곤청년들도 원활히 참여할 수 있도록 공모전 진행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마련해야 한다. 디지털 격차는 비단 청년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청년층 디지털 격차 해결에는 사회적 관심과 도움이 동반돼야 한다. 청년이 경제적 한계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꿈꿀 수 있는 세상과 대학을 위한 공동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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