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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9일 목요일

[독서의 달 특집] 독서의 계절 가을, 새로운 책을 만나고 싶다면 독립서점으로

9월은 「독서문화진흥법」에 의해 국가가 국민의 독서 의욕을 고취하고 독서의 생활화를 유도하기 위해 지정된 ‘독서의 달’이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올해 독서의 달 슬로건을 ‘펼쳐보자 책도, 꿈도’로 선정해 청년들의 꿈과 희망을 책과 함께 키워나가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책은 다양한 유통 경로를 통해 우리에게 온다. 원하는 책을 빠르게 선택하고 편하게 배송을 받을 수 있는 온라인 서점, 도심 곳곳의 대형 서점이 있다. 대형 서점은 큰 규모와 분야별 다양한 책들로 가득하다. 뿐만 아니라 각종 전시와 이벤트도 진행하며 문화복합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독립서점은 자기만의 고유한 색채를 유지하며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부상하고 있다. 넓고 쾌적한 공간에서 다양한 책을 마주할 순 없지만, 독립서점만이 지닌 특유의 매력과 분위기는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방문자의 취향에 맞는 책들을 마음껏 만나고, 책방지기와 대화를 나누며 더욱 깊이 책을 사랑할 수 있다.

<삼육대신문>은 서울 곳곳의 독립서점 3곳을 직접 방문해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독립서점의 이야기를 담았다.

소요서가

서울특별시 중구 청계천로 160 세운청계상가 3층 보행데크 바열 309

전자제품, 각종 공구 가게들 사이 8개 언어로 ‘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적힌 간판이 눈에 띈다. 이곳은 국내 최초 철학 전문서점으로 알려진 ‘소요서가’.

<사진 1= 배건효 기자/소요서가 입구>

철학 전문서점답게 철학과 사상을 주제로 한 책들이 사방의 서가를 가득 채웠다. ‘소요서가’에 들어서면 입문용 철학 도서들과 시리즈물을 시작으로 걸음을 옮길 때마다 새로운 주제가 등장해 무궁무진한 철학의 세계가 펼쳐진다.

<사진 2= 송겸 기자/신간 도서>

과학철학, 미학, 페미니즘, 정치철학, 종교철학에 이어 현대철학, 중세철학, 고대철학이 시대순으로 이어진다. 서양철학에서 빠질 수 없는 플라톤, 데카르트, 칸트, 마르크스, 니체 등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철학자들이 줄지어 있고 유교, 불교, 도교 등의 동양철학도 만나볼 수 있다.

‘소요서가’는 약 8평 정도의 작은 서점이지만 다양한 철학 서적을 눈에 담다 보면 한 바퀴 돌기에도 많은 시간이 든다. 철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두 눈이 반짝일 것이고 철학에 관심이 없던 사람이라도 저절로 책에 눈길이 가게 된다.

<사진 3= 송겸 기자/서가에 붙은 책방 직원의 코멘트>

서점 곳곳 직원들이 붙여둔 메모가 눈길을 끈다. 서점 직원들이 전공에 맞는 책을 읽고 서가에 붙여둔 코멘트는 어려운 철학에 한 발짝 다가가기 쉽게 만든다. 철학을 사유하며 옛 시대의 지성인과 대화를 나누고 싶다면 ‘소요서가’ 방문을 추천한다.

서점 운영진은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으로 ‘용기’를 제시하며 임마누엘 칸트의 <계몽이란 무엇인가>를 추천했다. ‘너 자신의 지성을 사용할 용기를 가져라’는 칸트의 격언을 소개하며 “타인의 권위에 기대 사유하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에도 자신의 가치관이나 소신을 밝히는 용기를 갖고 살아가기를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더 북 소사이어티

서울특별시 종로구 사직동 자하문로 1925 지하 1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면 쨍한 노란빛으로 꾸며진 서점이 있다. 벽지와 서가, 조명까지 톤을 맞춰 꾸며둔 공간에는 세계 각국의 예술 서적이 가득하다. 현대 미술과 디자인, 예술을 다루는 서점 ‘더 북 소사이어티’다.

출판 관련 서적, 디지털 아트, 포토북, 해외 예술지, 타이포그래피 등 다양한 예술 서적들이 발 닿는 곳마다 쌓여있다. 특히 다른 서점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예술 서적, 희귀한 해외 예술 잡지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서점을 운영하는 임경용 대표(이하 임 대표)는 “차별화된 책 자체가 더 북 소사이어티만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사진 4= 배건효 기자/다양한 해외 서적>

‘더 북 소사이어티’의 책은 모두 독특한 특징이 있다. 강렬한 표지가 시선을 끌고,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책들이 손길을 유도한다. 알 수 없는 언어의 해외 서적들에도 호기심에 눈길이 간다. 이곳은 손님들이 자유롭게 책을 만나볼 수 있도록 큐레이션을 최소화하고 있다.

임 대표는 “‘미디어버스’라는 이름의 독립 출판사를 차린 후 직접 유통할 공간을 위해 서점을 마련했다”고 서점의 시작을 전했다. 임 대표는 독립서점에 대해 “개인이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책을 기획하고 만들고 유통하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점점 더 매력을 느끼는 거 같다”며 서점 운영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 5= 송겸 기자/더 북 소사이어티 전경>

임 대표는 ‘더 북 소사이어티’의 책 중 <방법으로서의 출판>을 추천했다. “아시아 여러 도시에서 소규모 예술 출판을 하는 사람들을 다룬 얘기”라고 설명하며 “청년들이 책에 나온 도시를 방문하고 책의 내용과 실제를 비교해보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6= 배건효 기자/더 북 소사이어티2>

현대 예술과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가득한 공간에서의 독서를 경험하고 싶다면 ‘더 북 소사이어티’에 들러보면 어떨까. 서점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감상을 교류하는 것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고요서사

서울특별시 용산구 신흥로1518-4 1

고요서사는 ‘해방촌 문학 서점’이라는 부제와 함께 운영한다. 이 서점은 시, 소설, 에세이의 문학을 중심으로 곁들이기 좋은 인문과 예술 분야 서적을 판매한다. 아주 작은 서점이지만 고즈넉한 분위기와 차분한 우드톤의 인테리어는 문학과도 잘 어울리는 분위기다.

해방촌 높은 언덕 사이 주택가에 위치한 ‘고요서사’는 일상에서 벗어난 문학의 세상으로 이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에 빠져있다 서점을 나오면, 언덕에서 내려다본 도심의 모습은 가을 하늘의 땅거미와 어우러져 신비한 분위기를 일으킨다.

<사진 7= 송겸 기자>

‘고요서사’는 다양한 모임을 진행한다. 고요서사의 ‘서사’는 한자에 따라 서점, 이야기, 선비들이 공부하는 곳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서점의 이름처럼 단순히 책을 읽고 사는 공간이 아닌 글쓰기 활동, 낭독회, 북토크, 읽고 쓰는 활동을 체험하는 북워크숍 등을 운영하고 있다.

늦은 밤에도 불이 켜져있는 ‘고요서사’는 해방촌 주민들의 등대가 된다. 서점의 영업이 끝난 밤,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불빛이 켜져있는데 주민들은 이를 보고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고요서사’의 책방지기 차경희 대표(이하 차 대표)는 이를 통해 “책은 언제나 이곳에 있으니 언제든 찾아와 읽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다고 전했다.

<사진 8= 송겸 기자/고요서사 서가>

차 대표는 출판사 편집자 출신이다. 편집자 시절 주로 비문학 분야의 도서를 맡았다고 한다. 그런 그는 문학 중심의 서점을 열게 된 이유에 대해 “전문성을 살리기보다는 평소에 좋아하는 소설을 선택해야 일처럼 느껴지지 않을 것 같았다”고 말하며 문학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차 대표는 서점에 구매할 책을 고르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그 기준으로 “문장력이 갖춰진 가독성 있는 책을 선호한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읽기 어렵거나 난해하다면 소개하지 않는다. 문장력이 좋으면서도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책들을 고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고요서사’는 다른 서점과 달리 베스트셀러를 배치하지 않는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광고비가 없는 작은 출판사의 경우 책을 소개할 기회가 없다. 유명하지 않아도 의미 있거나 좋은 책을 소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가진 문학에 대한 애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책방을 운영하며 보람찬 순간이 있는지 물었다. 차 대표는 “20대 초반의 한 손님은 호기심에 들어왔다가 자기 돈으로 책을 산 게 처음이라고 얘기했다”며 “서점이 많은 책을 읽은 분에게도 영향을 주고 책과 무관하게 살던 분에게도 책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게 뿌듯하다”고 전했다.

<사진 9= 송겸 기자>

끝으로 차 대표는 다가올 가을은 책 읽기 좋은 날씨이니만큼 일상에서 책을 소지품처럼 들고 다녀보면 책 읽는 순간순간 삶의 작은 만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독서를 권했다.

바야흐로 독서의 계절 가을, 독서의 달 9월이다. 대형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여러 권을 사와 첫 장만 넘기고 포기하기 일쑤였다면 취향에 맞는 독립서점을 방문하는 건 어떨까. 독립서점이 지닌 각자 독특한 매력과 책 냄새는 우리를 독서에 빠져들게 한다. 책을 고르는 게 어렵다면 서점의 책방지기에게 넌지시 물어봐도 좋다. 누구보다 책을 사랑하는 그들이 친절히 독서의 세계로 이끌어줄 것이다. 독립서점에서 나에게 맞는 책을 골라 다시금 독서에 빠져 보자.

배건효 기자<ghism02@naver.com>

송겸 기자<salvadorinmyro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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