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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10일 금요일

심각한 저출산, 고급 인력 유치로 출구 찾아야

지난해 집계된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2명. 역대 최저치를 다시 한번 경신했다. 전례가 없는 수치다. OECD 평균인 1.58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데다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인 국가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저출산•고령화가 사회 문제로 대두된 2003년 이후, 정부는 꾸준한 출산 장려 정책을 내놨다. 올해만 해도 정부 예산안 가운데 15조4000억 원을 저출산 대응에 배정했다. 정부는 이를 ▲아이 돌봄 ▲보•교육 서비스 확대 ▲육아휴직 강화 ▲일•가정 양립에 대한 정책 확대 ▲출산 가구 주거 안정 정책 ▲양육비 지원 정책 ▲의료비 및 난임 지원 강화 등에 투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런 출산 장려 정책이 인구 구조 개혁에 효과적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사회공동 육아 시스템, 육아휴직, 일•가정 양립 등 모든 조건이 양호하다고 인식되는 ‘육아 천국’ 북유럽마저 출산율 하락 문제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웨덴은 2022년 합계출산율이 1.52명으로, 1.89명이던 2013년에 비해 급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노르웨이 역시 2009년 1.98명이던 합계출산율이 2022년 1.41명으로 급감세를 보이는 추세다.

이에 인구 구조 대책 초점을 저출산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외국 이민자 확보에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적극적인 이민 정책을 펼친 싱가포르의 경우 2022년 합계출산율이 1.05명으로 최저를 기록했으나, 1990년 305만명이던 인구가 2020년 569만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중 외국인 거주민은 약 39%로 외국 인력의 유입이 인구 구조 문제를 해결하는 추가 됐다.

이민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외국 인력을 유입할 때 특별히 고급 인력 유치를 위해 힘썼다. 싱가포르 정부는 가장 먼저 글로벌 기업의 아시아 지사 설립을 국내로 유도했다. 법인세와 소득세를 대폭 완화하고 외국인 사업자 등록 절차를 간소화해 구글•애플의 아시아 지사, 그랩 본사 등이 자리 잡도록 도왔다. 또한 고급 인력의 편의를 확보하고 장기 거주를 돕기 위해 해외 네트워크 전문 지식 비자인 ‘ONE Pass’를 도입해 IT 기반 기업과 기업인의 비자 발급 절차를 축소했다.

미국과 EU(유럽 연합) 역시 우수 인력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비자를 발급하는 등 해외 고급 인력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독일은 2020년부터 ‘전문인재이주법’을 시행해 전문 인력의 정착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외국인 거주민 비율은 4.4% 수준으로 노동시장의 대외 개방성이 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에 머문다. 전문 인력 활용도 역시 낮다. 한국경제인협회 보도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취업자 중 전문 인력 비중은 2021년 기준 5.3%로 22.8%인 일본의 1/5 수준에 그친다. 얼마 없는 외국인 이민자마저 대다수가 1차산업과 2차산업에 종사하는 현실이다.

우리나라도 저출산•고령화의 인구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단순 인력뿐 아니라 혁신 사업에 이바지할 수 있는 해외 인재 유치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4차 산업 인재 정착을 위해 발급 요건과 절차를 간소화한 비자를 도입하거나, 법인세와 소득세를 완화 혹은 면제하는 세제 정책의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삼성전자, 현대.기아차, LG전자 등 세계 곳곳에 지사가 있는 글로벌 기업의 외국 인력이 한국 본사에서 일할 기회를 부여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나아가 유입된 외국 고급 인력이 우리 사회에 구성원으로 녹아들 수 있도록 정주 여건을 개선하려는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현재 논의 중인 ‘이민청’을 넘어 ‘인재유치청’과 같이 외교적, 법적, 사회통합적으로 외국의 고급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전문기관을 설치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우리 사회의 저출산•고령화의 인구 구조는 이제 출산 장려 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 밖의 문제가 됐다. 우리나라만의 산업적 매력을 길러 글로벌 인재가 자연스럽게 편입될 수 있도록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적극 시행해야 할 때다.

송겸 기자<salvadorinmyro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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