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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20일 월요일

DARC 마약중독재활센터 임상현 센터장 “중독은 질병, 중독자는 환자라는 인식 절실”

한국은 UN 기준 인구 10만 명당 마약 사범이 20명 미만인 ‘마약 청정국’으로 불렸다. 그러나 최근 관련 범죄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추세다. 대검찰청이 공개한 ‘2022년 마약류월간동향’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단속된 국내 마약류 사범은 총 1만2233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약 14%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국내 마약 범죄가 급증하자 당정은 마약 범죄의 근원을 차단하기 위해 마약류 치료·재활 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치료 보호가 가능한 마약 중독 재활센터를 확충하겠다고 부랴부랴 대응책을 내놨다.

마약 범죄는 강한 중독성으로 평균 35%에 이르는 높은 재범률을 보인다. 마약 중독은 개인의 의지만으로 극복하기 힘들다. 게다가 마약류 사범들을 재판에 넘겨도 법원에서 대부분 감형과 집행유예를 선고해 재범의 빌미를 제공한다. 마약 사범들의 사회 복귀를 위해 엄중한 처벌과 동시에 중독 재활·치료가 요구되는 이유다.

법무부는 현재 전국에 20개 병원을 마약 중독자 전문 치료병원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20개 병원 중 마약 전담 치료 시설을 갖춘 곳은 단 2곳뿐이다. 전국 50여 곳의 종합 중독 치료센터도 마약보다는 알코올, 담배, 도박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실정이다. 마약 중독자들이 늘어감에 따라 재활센터의 역할이 중대해지고 있는 반면, 정부의 인프라 구축은 여전히 미비한 상태다.

<사진1=배건효 기자/경기도 다르크 정문>

마약 중독자들은 병원 입원 치료, 혹은 교정시설 출소 후에도 사회적 지지기반의 부재로 자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을 위해 사회 적응을 돕고 재발의 위험을 방지하도록 운영되는 민간단체 시설들이 있다. 그중 경기도 다르크협회 DARC(Drug Addiction Rehabilitation Center) 마약중독재활센터(이하 경기도 다르크)는 마약 중독으로부터 회복을 돕기 위해 지난 2019년 3월 개소한 민간 재활센터다. <삼육대신문>은 경기도 다르크 임상현 센터장(이하 임 센터장)을 만나 국내 재활시설의 현주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남양주시 퇴계원읍에 위치한 한 2층 단독주택. 임 센터장은 이곳에서 입소자들과 함께 생활한다. 경기도 다르크에서는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자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아침 식사 후 QT(quiet time) 예배로 신앙 활동을 한 뒤 다르크 오전 미팅을 진행한다. 입소자들만 모여 날마다 새로운 주제에 대한 담론을 나누는 시간이다.

점심시간 이후부터는 오후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주중에는 매일 다른 교육 프로그램이 예정돼 있다. 요일별로 ▲집단 상담 ▲중독학, 음악치료 ▲영성 치유, 인문학 ▲중독재활학 ▲중독 및 신학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이어지는 NA(Narcotics Anonymous) 모임 또한 다르크만의 특별한 활동으로서, 여러 지역의 중독자들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자조 모임이다. 다르크에서 일과표에 따라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유는 마약 중독자들에게 마약만의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어긋난 생활 습관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진2=삼육대 중독과학과 김진수 교수 제공/김진수 교수(오른쪽)의 집단 상담 프로그램>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중독을 질병의 일환으로 정의하는 반면, 한국 사회에서 중독은 범죄로 보는 인식이 다분하다. 이에 임 센터장은 마약 중독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언론이나 대중매체에서 “마약에 대해 ‘위험하다’, ‘무섭다’, ‘난폭하다’는 분위기를 조성하게 되면 사람들은 자연스레 두려움을 느끼고 마약을 범죄시하게 된다. 언론이나 대중매체가 중독이 질병이고, 중독자들은 환자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역할을 하고, 중독을 극복할 수 있도록 긍정적 사례들을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센터장은 원활하게 운영되지 않는 마약 중독자 전문치료병원에 대해 “개인적으로 지원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진짜 문제는 병원에 전문적인 의료진이 없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뇌적인 질환이 전공인 정신과 의사들도 마약에 대해서는 이론적으로밖에 모른다. 따라서 중독자들에게 실질적인 치료를 제공하지 못하는 의료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현재 교정과 병원에서 진행하는 한국의 치료보호제도는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마약 범죄는 교도소에 가면 더 광범위한 범죄 수법을 배워 나온다. 병원에서도 치료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제도를 재점검해 교정 안의 사람들도 질병을 가진 환자로 간주하고 치료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전했다.

<사진3=전지은 기자/임상현 센터장>

임 센터장은 경기도 다르크센터 운영의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국내 다르크센터는 총 3곳으로 서울, 남양주, 김해에 소재해 있다. 이중 남양주 소재 경기도 다르크 규모가 가장 크다. 현재 12인이 생활하는 시설에서 그는 모든 걸 혼자 관리하고 있다. 재정적 어려움으로 지난 7월 사단법인 허가는 받았지만, 시설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정해진 시설 면적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면적을 규정대로 등록할 경우, 5~6인밖에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비인가로 운영 중이다. 정부 지원이 전무한 상황에서 그는 지난 2019년 개소 이래 현재까지 센터를 운영해왔다. 개소 이래 총 65명의 입소자 중 33명이 회복해 사회에 복귀하며 절반 이상의 회복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입소할 때 약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입소 기간을 약속하지만, 중간에 퇴소한 사람도 많다. 그는 결과적으로 입소 기간을 다 채울 시 중독으로부터의 완전 회복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 센터장은 다르크를 운영하는 이유에 대해 “개인적으로 나 또한 중독의 아픔이 있는 사람이다. 때문에 무보수로 일을 하고 있고 개소 이후 집에도 제대로 가본 적이 없다. 가끔 힘들어 돌아가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회복 후 다시 학교와 가정으로 복귀한 사람들을 생각한다”며 “하나님이 나를 치료해 주셨고 이곳까지 인도해 주셨기 때문에 그 은혜를 갚고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끝으로 “현재 사단법인 허가를 낸 경기도 다르크를 시작으로 이 사업이 전국적으로 확장되어 ‘한국 다르크 협회’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마약 중독도 질병이며, 해당 질병은 충분히 치료될 수 있다. 마약을 접할 시, 용기 내어 즉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윤미은 삼육대 대학원 중독과학과 학과장은 경기도 다르크와 연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마다 경기도 다르크를 방문해 입소자들을 대상으로 집단 상담을 진행 중이다. ‘SU 건강 스테이’ 프로그램을 통해 입소자들과 제명호 산책, 마사지 교육 등의 활동을 펼쳤다. 노작 교육장을 이용한 ‘그린 교육과 원예 활동’에서는 입소자들이 직접 밭을 가꾸고 김장도 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4=김진수 교수 제공/그린 교육과 원예 활동 프로그램>

배건효 기자<ghism02@naver.com>

전지은 기자<jwings_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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