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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20일 월요일

드라마 속 천재 변호사 ‘우영우’가 쏘아올린 자폐 스펙트럼 관심, 어떻게 봐야 할까

<사진=ENA홈페이지/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ENA 채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끌면서 주인공이 가진 자폐 스펙트럼에 대한 관심도 함께 증가했다. 주인공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와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새내기 변호사. 누구도 생각해내지 못한 기발한 아이디어로 재판을 승소로 이끈다. 사회적 약자로서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주인공을 중심으로 사회의 다양한 시선과 장애인, 비장애인 간의 편견과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최종화 시청률 17.5%를 기록하는 등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이에 따라 드라마의 인기와 영향력이 높아지며 자폐 스펙트럼을 주요 소재로 사용한 것에 대해 사회 각층에서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자폐인에 대한 일반의 관심을 높였다는 긍정적인 의견이 있는 반면, 자폐인을 지나치게 미화해 실제 자폐인과 가족들의 고된 삶을 단순화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삼육대신문>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자폐 스펙트럼에 관한 전문가의 견해를 듣기 위해 현재 특수학교에 재직 중인 김종민 교사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Q. 우선 자폐 스펙트럼에 관한 설명 부탁한다.

– ‘스펙트럼’은 햇빛이 프리즘을 통과하면서 여러 가지 색의 빛으로 나뉜 연속체다. 프리즘을 통과하는 햇빛은 하나의 빛이 아닌 여러 가지 빛의 합성체다. 이처럼 ‘자폐증’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모인 아동들이 스펙트럼과 같이 다양하게 분류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자폐 스펙트럼’ 명칭이 붙었다. 자폐의 발생 원인이나 자폐 증세의 심각도가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으므로 같은 자폐로 진단을 받아도 완벽하게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예는 없다.

Q. 드라마 속 주인공은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반향어를 사용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증상을 드러낸다. 드라마 속 묘사된 모습이 실제 자폐 스펙트럼 증상과 유사한가.

– 드라마를 보면 알 수 있듯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은 빛이나 소리에 민감하다. 예를 들어 친구들이 떠드는 소리, 수업 중에 흘러나오는 방송 소리, 악기 연주하는 소리 등과 같은 상황에서 귀를 막거나 비명을 지르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흥겨운 음악에 전혀 반응하지 않고 관심을 보이지 않거나 이름을 부르면 대답하지 않는 경우도 존재한다.

타인의 말을 목적 없이 따라 하는 ‘반향어’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하는 반향어로 인해 자폐인들은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 장애인의 반향어는 이상 행동의 하나로써 제거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최소한의 사회적 접촉을 유지하려는 시도로 봐야 한다는 각기 다른 의견이 상존한다.

Q. 주인공 우영우는 기억, 암산 등 특정한 분야에서 우수한 능력을 갖춘 서번트 증후군의 증상을 드러낸다. 드라마 속 묘사된 모습이 실제와 유사한가.

– 우영우는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으로 볼 수 있는데, 실제 우영우처럼 서번트 증후군을 보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서번트 증후군’은 지적장애나 자폐와 같은 뇌 기능 장애가 있는 사람들 가운데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면 교통수단에 관심이 많아 지하철 노선도나 버스 정류장 이름을 전부 외워 수시로 말하는 경우와 좋아하는 책을 통째로 외우는 경우가 있다. 또한, 악보를 완전히 외워 피아노를 치거나 기계적인 암기력이 뛰어난 예도 있다.

Q. 드라마를 통해 자폐인에 대한 사회적 기대를 높이고 자폐의 이해를 돕는다는 의견과 일반적인 자폐인의 모습과 주인공 간의 괴리가 실제 자폐 가정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의견이 있다. 드라마의 영향력이 자폐인에게 향후 어떻게 작용할 것으로 생각하나.

– 실제 자폐아 부모 관점에서 드라마를 바라본다면 현실과 거리가 멀다고 여길 수 있다. 극본 인물은 ‘고기능 자폐인’이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실제적 아픔을 대변하지 못한다고 생각할 수 있어 현실과의 괴리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지적장애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고기능 자폐인은 극히 드물다. 하지만, 드라마를 통해 대중들이 자폐 스펙트럼에 관심을 가질 수 있고 장애를 향한 편견을 무너뜨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드라마를 단순히 재미 위주로 꾸미기보다 사실에 기초한 내용을 토대로 전개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고기능 자폐의 특성만을 보여준다면 오히려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드라마에서는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고 이상 행동을 보이는 전형적인 자폐 특성을 가진 인물을 등장시킴으로써 자폐 스펙트럼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사실을 기초로 장애의 특성을 여과 없이 나타내고, 장애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이야기하면서 주변 인물들이 장애에 대한 편견을 허물어가는 과정을 잘 나타냈으면 한다.

Q. 실제로 우리가 자폐 스펙트럼 환자들을 마주했을 때 지양해야 할 행동은.

– 일반인들과 다른 특이한 동작을 하거나 감정을 표현할 때, 그들을 따가운 시선으로 바라보지 말고 자폐 스펙트럼 장애 증상을 보인다고 생각했으면 한다. 또한, 그들이 사회적 기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을 때 피하지 말고 도와주었으면 한다. 특별히 소리나 빛에 민감하기 때문에 최대한 자연스럽게 그들을 대해야 한다. 안기거나 자신의 몸을 만지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과도한 관심을 보이면서 접근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Q.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자폐인은 세상과 완전히 담을 쌓고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영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우영우를 둘러싼 사람들이 자폐에 대해 알아가며 편견을 깨고 장애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과 대사를 통해 사회에 일침을 가하며 시청자들에게 스스로 가치관을 돌아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단순히 재미 위주 스토리 전개가 아닌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특성이 충분히 설명되는 장면과 대사가 많아 좋았다. 해당 드라마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아를 가진 부모들이 보았을 때 비현실적인 부분도 많다. 하지만, 이 드라마를 통해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고 장애인을 대하는 사회의 태도가 바뀌면 그들에게 충분한 위로가 될 것이다.

사회는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곳이다. 장애인들도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해 주고 그들이 사회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장애인의 눈높이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더 많은 배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면 한다.

윤상현 기자 <dany99914@naver.com>

박수아 기자 <sa787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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