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와 사립대학의 재정난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사립대학 만성적자의 원인은 등록금 동결과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등록금 수입 감소로 풀이된다. 등록금은 대학의 사업 추진을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수입원이다. 하지만 정부 주도의 등록금 동결 정책이 14년째 유지되면서 사립대학은 물가상승률에 비례한 만큼 등록금 수입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 사립대학의 재정 상황은?
정부는 2011년부터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한 대학만 ‘국가장학금Ⅱ’ 수혜 대상으로 지정하고 있다. 이에 사립대학은 대학 운영에 필요한 국가 지원금을 확보하기 위해 등록금을 올리지 못했다. 지난달 20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사립대학교 재정 운영 현황 분석’에 따르면, 2011년의 사립대학 실질 운영수익은 14조5961억원, 운영비용은 13조7907억원 규모다.
하지만 지난해 전국 사립대의 실질 운영수익은 14조5251억원, 운영비용은 16조6722억원으로 총 2조1471억원의 적자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운영수익은 0.5% 감소한 데 반해 운영비용은 20.9% 증가한 것이다. 2008년 전국 4년제 사립대 평균 등록금은 연간 738만원이었다. 그러나 2021년에는 748만원으로 14년간 약 1.4% 증가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사립대의 1년 평균 등록금은 2020년 748만원, 2021년 749만원, 2022년 752만원으로 변화가 미미하다.
◇ 학령인구 감소와 소멸하는 지방 대학
학령인구 감소도 대학 운영난의 주요 원인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드는 신입생 수에 대학은 교과목 재편성 및 폐강을 추진하고 있으며 지방 대학의 경우 폐교 지경까지 이르렀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만 18세 학령인구는 2018년부터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2018년 62만1090명이던 학령인구가 2019년 59만4278명, 2020년 51만1707명, 2021년 47만6259명, 2022년 47만2535명으로 집계됐다.
이를 바탕으로 분석한 향후 학령인구는 2023년 43만9046명, 2024년 43만385명이다. 한국의 지난 3분기 합계출산율은 0.79명을 기록했다. CNN은 “한국은 세계 최저 출산율 기록을 경신했다. 이는 안정적인 인구 유지에 필요한 2.1명보다 훨씬 못 미치며, 미국(1.6명)이나 일본(1.3명)보다도 낮은 수치”라고 지적했다.
지방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의 직격타를 맞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학생은 서울과 수도권 대학으로 집중되고 있다. 이에 지방 대학은 신설학과를 개설하고 파격적인 장학 혜택을 제시하는 등 여러 시도를 하고 있지만, 폐교의 문턱 앞에서 허덕이고 있다.
◇ 재정난에 적립금은 늘어나는 아이러니
지난 9월 8일 대학교육연구소가 발표한 ‘사립대학 및 전문대학 적립금 현황’에 따르면, 사립 대학 및 전문대학이 보유한 교비회계 적립금(2월 기준)이 총 10조6202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보다 1839억원 증가한 수치이며, 사립대학 151개교의 적립금은 8조1437억원이었다. 사립대학의 적립금 순위는 ▲홍익대(7288억원) ▲이화여대(6352억원) ▲연세대(6146억원) ▲수원대(3772억원) ▲고려대(3565억원) ▲성균관대(3087억원) 순으로 높았다. 우리 대학은 219억원으로 84개 대학 중 70위였다. 대교연은 이를 두고 “학생 수 감소와 등록금 동결 등으로 사립대학 재정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면, 추가 적립을 지양하고 보유한 적립금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방안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재정난에 위태로운 학생 복지
대학의 재정난은 곧 학생 복지 축소로 이어진다. 대학이 사업을 추진할 적정 예산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예산 감축은 학생 복지 부문에 집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로 대전의 한 대학은 재정난에 못 이겨 학생들의 복지 공간을 없애고, 통학버스 운행을 중단했다. 해당 대학 학생은 “아르바이트로 등록금을 충당하고 있는 학생에게는 교통비도 큰 지출인데 너무한 조치”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우리 대학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학교 측은 물가상승 및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한 재정 부담으로 스쿨버스 운행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 또한 몇 년 전까지 제공되던 학생 휴게시설(수면실)과 배터리 대여 사업도 예산 부담으로 중단됐다. 이렇듯 사립대학 재정난이 심각한 사회문제인 이유는 학생 복지권 침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구감소와 심각한 재정난 속 한국 대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대학 및 고등교육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의무인 초•중등 교육과 달리 고등교육과 대학은 선택 교육이다. 때문에 정부의 지원이 적을 수밖에 없지만, 현실을 반영한 융통성 있는 정책이 절실한 때이다.
대교연 통계에 따르면, 151개 대학의 적립금 중 상위 20개교가 차지하는 비율이 65%에 육박한다. 이는 대학 간 보유 적립금의 양극화가 심각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정부가 나서 각 대학의 자금 사정을 파악한 후 필요한 지원을 통해 양극화를 해결해야 한다. 사립대학 또한 누적된 적립금을 활용해 재정난을 극복해야 한다. 적립금을 쌓아두기보다는 필요한 곳에 투입하고, 특히 학생 복지가 위축되지 않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김수정 기자<soojung229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