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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27일 토요일

대학가 원룸촌은 ‘화재 사각지대’ … 우리 대학은 안전한가

대학 주변으로 원룸 건물이 즐비해 있는 이른바 ‘대학가 원룸촌’. 하지만 상시 노출된 화재 위험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화재 사각지대에 놓인 원룸촌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대학생들. 원룸에 거주하는 대학생들은 화재 위험에 무방비하게 노출돼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삼육대신문>은 대학가 원룸촌의 화재 위험성과 주거 환경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서울권대학언론인연합회 소속 4곳의 대학과 연합취재를 진행했다. 해당 취재는 ▲광운대신문사(광운대학교) ▲덕성여대신문사(덕성여자대학교) ▲서울여대학보사(서울여자대학교) ▲외대학보(한국외국어대학교)가 참여했다.

◇대학가 원룸촌의 실상은?

우리 대학과 가장 근접해 있는 서울여자대학교(이하 서울여대) 인근의 경우, 정문과 남문 사이 주택가와 태릉입구역 근처에 원룸촌이 형성돼 있다. <서울여대학보>는 서울여대 인근의 한 부동산을 찾아 대학가 원룸촌의 실태를 취재했다.

부동산 관계자는 “원룸에 살 수밖에 없는 대학생들의 처지를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꽤 있다. 더 많은 세를 받기 위해 기존 3개의 방을 6개로 개조하는 집주인들이 있지만, 이와 같은 행위는 모두 불법이다. 심지어 불법임을 알고도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눈을 감는 사람들도 존재한다”며 대학가 원룸촌에 만연한 ‘방 쪼개기’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위법한 형태의 거주지임이 적발되면 국가에서 벌금을 부과한다. 그런데도 발각되지 않는 이들이 많고 일부 건물주들은 벌금을 내면서까지 불법 개조된 원룸으로 돈을 번다. 불법 개조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벌금 액수보다 크기 때문에 이를 감수하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이처럼 위법성이 만연한 원룸촌에서 대학생들은 거주자의 권리를 찾기 힘들다. 대학가 원룸촌은 대부분 오래된 건물에 여러 세대가 함께 거주하는 형태다. 이런 건물들은 본래 용도와는 다른 쓰임으로 만들어져 제대로 된 소방시설이 갖춰있는 경우가 드물다. 이에 따라 원룸촌 화재에 대한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원룸촌 곳곳 포착되는 화재 위험성

<사진=광운대신문 이은서 기자/광운대 인근 원룸촌 골목>

<광운대신문>은 광운대학교(이하 광운대) 인근 원룸촌을 방문했다. 원룸촌에 들어서자 이리저리 뒤엉켜있어 늘어진 전선을 볼 수 있었다. 그뿐 아니라 군데군데 끊어지거나 건물 부속물과 꼬여 있는 경우도 발견했다. 전선에 전류가 흘러갈 때는 열이 발생하는데, 여러 개의 전선 가닥이 뭉치거나 겹쳐 있는 경우 발열이 커진다. 이때 전선의 피복이 녹으면서 발생한 합선으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사진=광운대신문 권예은기자/광운대 인근 원룸촌 골목>

좁게 형성된 원룸촌 도로 폭은 화재의 위험을 가중한다. 광운대 원룸촌 내 도로 13곳의 폭을 직접 측정한 결과, 도로 폭 3m 이하의 소방차 진입이 곤란한 도로는 총 5곳이었으며, 이 중 1곳은 도로 폭이 2m도 채 되지 않았다. 나머지 여덟 도로 중 도로 폭 4m 이상으로 소방차 진입이 가능한 곳은 단 2곳인 것으로 조사됐다. <덕성여대학보>와 <외대학보>도 대학 근방의 원룸촌을 찾아 도로 폭을 측정했다. 덕성여자대학교(이하 덕성여대) 인근 원룸촌의 평균 도로 폭은 2.67m~2.91m 사이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역시 소방차 진입에는 무리가 있는 수치다. 마찬가지로 한국외국어대학교(이하 한국외대) 원룸촌의 21개의 도로 중 15곳의 도로 폭이 3m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원룸촌 전체 도로의 과반에 해당하며 소방차가 진입할 수 있는 4m 정도의 폭을 확보한 도로는 단 1곳인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광운대신문 권예은 기자/광운대 인근 원룸촌 골목>

추가로 <광운대신문>은 원룸촌 이곳저곳에서 불법 주차된 차량을 쉽게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무질서하게 주차된 차량으로 인해 소방차 진입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측정 결과, 3m 이상이었던 도로 폭이 불법 주차 차량으로 인해 2.24m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를 실시한 서울 동북지역 대학의 원룸촌은 모두 소방차가 원활하게 진입할 수 있는 도로 폭을 확보하고 있지 않았다. 게다가 불법 주차로 인한 문제도 종종 포착할 수 있었다. 좁은 도로 폭은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나 화재 발생 시 소방차와 소방대원이 발화지점까지 도달하는 시간을 지연시킨다. 즉, 화재가 대형화돼 피해 규모를 증가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소방대원이 바라본 원룸촌 화재

원룸촌의 화재 위험성에 대한 보다 전문적인 의견을 듣기 위해 <외대학보>가 동대문구 소방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원룸촌 화재의 골든타임에 대한 질문에 소방서 관계자(이하 소방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나 보통 5분 내외다. 화재의 원인과 내부 환경에 따라 화재 확장 정도가 달라진다”고 답했다.

이어 원룸촌의 좁은 골목 폭으로 인해 골든타임을 놓쳤거나 출동 시간이 지체된 적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골목이 좁아서 난항을 겪은 적이 많다. 소방차는 일반 차량에 비해 훨씬 크기 때문에 좁은 골목을 들어가고 나오기 쉽지 않다”며 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소방차의 골목 진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어떻게 화재를 진압하는지 묻는 질문에 “보통 수관을 연장해 화재를 진압한다. 일반적으로 수관 1본에 약 15m 정도다. 도로 상황에 따라 10본 이상도 사용한다”고 말했다.

소방장비 설치가 미비한 원룸촌에서 화재가 발생할 시 어떤 어려움이 있는가를 묻자 “최신 오피스텔과 빌라는 소방장비가 잘 마련돼 있어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오래된 판자촌이나 원룸촌 등 다가구 주택이 밀집된 지역에서 발생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이런 지역은 소방장비가 없기도 하고, 있어도 관리가 잘되지 않아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최신 소방법 및 건축법에 따라 지어진 건물이 아니므로 화재에 취약하다”며 원룸촌의 부실한 소방시스템에 대해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이유로 원룸촌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현장에 빨리 도착하고 신속히 화재진압을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룸촌과 오래된 건물이 많은 지역의 길을 정비해 소방차 진입이 가능하도록 개선해야 한다. 하지만, 도로 정비보다도 불법 주정차량 처리 문제가 더 골칫거리다”라고 의견을 전했다.

◇화재 위험에 방치된 원룸촌, 해결방안은 무엇일까?

<삼육대신문>은 사광균 건축학과 교수(이하 사 교수)를 만나 건축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원룸촌 화재의 대처 방안을 들었다.

<사진=김수정 기자/사광균 교수 인터뷰>

Q. 저렴한 건축자재와 부실한 준공방식으로 설계된 대학가 원룸촌이 화재에 취약하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구조적으로 원룸은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원룸은 좁은 공간에 주방과 거실 등이 함께 배치된 주거 형태다. 저렴한 건축자재가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 또한 매우 당연한 문제다. 우리나라 건축은 상업적 성격이 강하다. 건축 설계 및 자재 선정 등 디테일에 대한 고민보다는 건물을 사고파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어떻게 하면 살기 좋은 공간을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빨리, 더 많은 이익을 챙길 것인가’에 집중하는 행태가 만연하다. 그 과정에서 불법 개조가 빈번히 발생하며 간단한 공법과 저렴한 자재를 사용하다 보니 화재에 취약한 구조물이 만들어진다. 최신 아파트의 경우, 브랜드 건설사 주도로 공사가 진행돼 질 좋은 재료를 많이 사용하는 추세다. 하지만 원룸을 비롯한 다세대 주택은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은 이상 공사에 제한이 없다. 건축•구조적으로 원룸은 화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Q. 원룸의 화재 예방을 위해 건축 설계의 측면에서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 우선 설계 단계에서 화재 발생 시 대피가 용이하도록 주방을 배치해야 한다. 대부분 원룸은 주방이 현관문 바로 앞에 배치된 구조다. 실내 화재는 주로 주방에서 발생하므로 원룸의 경우 현관으로의 대피가 어렵다. 화재의 발화점이 출구에 배치돼 있어 불을 뚫고 대피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발화점이 되는 주방을 출입구와 거리를 두고 설계해야 한다. 더불어 작게라도 원룸 내부에 대피공간도 함께 만들어야 한다.

원룸 같은 좁은 공간에도 ‘스프링클러’를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현행법상 6층 이상 건물은 의무적으로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6층 미만의 주택, 특히 원룸 건물은 스프링클러가 미설치된 상황이 많아 화재 발생 시 더욱 위험하다. 스프링클러 설치는 비용적으로 큰 부담이다. 하지만 화재에 대한 확실한 대비책을 세우기 위해 원룸에도 스프링클러를 반드시 설치하도록 조치해야 한다.

또한 건물 간 충분한 거리 확보가 필요하다. 주택 사이 공간이 확보돼야 화재 발생 시 소방차와 소방대원들이 접근할 수 있다. 충분한 거리를 확보한다면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하는 경우 에어매트를 설치할 공간이라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건축학적 관점에서 건물 간격을 넓히는 것은 큰 손해다.

건축가는 제한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최대 효율을 내야 한다. 건물 간격을 넓혀 단위 면적당 건물 수가 감소하면 수용 인원이 그만큼 감소해 건축의 효율이 낮아진다. 건물 사이 거리를 확보하는 대신 더 높이 지을 수 있는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건축가의 손실을 방지하고 효과적으로 화재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대학 주위의 화재 위험을 살피다

그렇다면 우리 대학 후문 주택 지역은 화재로부터 얼마나 안전할까? 후문 주택 지역의 화재 위험성과 화재 예방을 위한 방안에 대해 사 교수와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김수정 기자/후문골목사진>

Q. 우리 대학 후문 주택 지역의 화재 위험성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 우리 대학 후문의 주택 지역은 산지와 구릉지대에 있다. 도시 계획에 따라 설계된 도로가 아닌 구릉지를 따라 자연히 생긴 길이다. 건물 준공 과정에서 일률적인 배치가 불가능했고 골목 안쪽으로 주택들이 밀집된 형태가 만들어졌다. 다른 대학가의 원룸촌에 비해 중앙도로의 폭도 확연히 좁고 주택과 가까운 골목은 더욱 좁아진다. 이러한 도로 구조는 소방차 진입이 어려워 화재 시 진화 작업이 신속히 이뤄질 수 없다. 따라서 주택가 안쪽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큰 피해를 낳을 수 있다.

실제로 우리 대학 후문은 2차선 도로를 기준으로 크게 4개의 골목이 뻗어있다. 골목들 사이로 또다시 작은 골목들이 이어진다. 비정형적인 도로 구조로 인해 주택 사이 간격과 도로 폭도 일정하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 심지어 곳곳에 주차된 차량으로 인해 도로 폭은 더욱 좁아졌다. 이러한 도로 상황 탓에 후문 주택가 인근에서 화재가 발생한다면 소방차 출동과 화재진압에 어려움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사진=김수정 기자/후문골목사진>

Q. 우리 대학 후문 주택 지역이 화재 위험으로부터 안전하려면 어떤 조치가 필요한가?

– 공영주차장을 만들어야 한다. 후문에 주차장이 없기 때문에 불법 주차 단독 시간을 피해 도로변에 주차하는 차들이 많다. 2차선 도로변 양쪽에 차량이 주차돼 있으면 소방차 진입이 어렵다. 공영주차장 구축으로 주차난이 사라져야 소방차가 수월하게 진입할 수 있어 화재가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고왕열 우송전문대학 소방안전관리과 교수(이하 고 교수)에게서도 원룸촌 화재 발생의 예방법을 들을 수 있었다. 고 교수 또한 원룸촌 내 공영주차장 확보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고 교수는 “대다수 원룸 건물의 경우 주차장이 부족하다. 따라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공영주차장을 확대하고 주차장 관련 법령을 개정하여 주차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뿐 아니라 원룸촌 거주자도 협소한 도로에 주차하지 않도록 해 긴급상황 시 소방차 출동이 신속히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정 기자<soojung229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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