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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16일 일요일

플랫폼 기업 규제로 시장 안정화 정책 꾀할 때

하루가 멀다고 치솟는 배달 요금으로 인해 소비자와 자영업자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기본 배달 요금 이외에도 최소주문금액, 소액주문비, 안전배달료 등 여러 옵션을 부과하는 배달업체의 요금제도에 대한 불만도 많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배달료 인상과 관련해 소비자와 배달업체, 음식점 점주 간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 몇 년째 제자리라는 것이다.

배달료 및 광고 수수료 인상 등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불만에도 배달 플랫폼에 종속된 가맹점은 뚜렷한 대책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 과거 문재인 정부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하 온플법) 제정을 통해 ‘공정경제’를 실현하고자 했다. 온플법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거래 및 독점 행위 등을 규제하는 법안이다. 온플법 규제 대상은 매출액 100억 원 이상 또는 중개 거래금액 1000억 원 이상의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다. 배달 플랫폼 양대 산맥 기업인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가 이에 해당된다.

하지만 온플법 제정으로 인해 산업의 위축을 우려한 IT업계와 규제 대상 기업들의 반발로 제동이 걸렸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경제 성장 동력 재생을 위해 네이버, 카카오, 배달의 민족, 쿠팡 등 플랫폼 기업에 대한 ‘자율 규제‘(최소 규제)를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는 “민간이 주도적으로 논의하되 제약이 있으면 정부가 보조하는 형식”이라며 자율 규제 플랫폼 정책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안으로 플랫폼 사업자 및 생태계 참여자와 함께 플랫폼 논의기구를 만들어 자율 규제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로써 지난 2년간 온라인 플랫폼 기업 규제를 목적으로 추진됐던 온플법이 흐지부지됐다.

배달 시장의 규모는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해졌다. 그 중심에는 온라인 배달 플랫폼이 있다. 편의성과 가격 경쟁력을 추구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며 배달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은 급격하게 상승했다. 또한 다년간의 코로나19 상황 지속은 ‘배달업계 최대 호황기’로 불릴 만큼 배달 플랫폼 기업에 큰 성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 및 영업시간 제한 등으로 인해 영업에 큰 타격을 받았고, 결국 배달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 같은 구조가 굳어지면서 배달 플랫폼과 자영업자•소상공인 사이의 시장 내 권력 균형이 깨졌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배달료 인상과 광고 수수료 인상 등 배달 플랫폼의 일방적인 결정을 그저 순응할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주장하는 자율 규제 정책은 이미 막대한 시장 경쟁력을 지닌 플랫폼 기업에 힘을 싣는 결정이다. 즉, 자영업자•소상공인의 권익 보호가 더욱 어려워지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 내 자율 규제는 구성원 간 힘의 균형이 수평적일 때 가능하다. 수평적 관계가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자율 규제는 강자의 시장독점과 약자의 권리 상실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배달 플랫폼에 대한 적절한 규제책을 통해 조속히 배달 시장 안정화 정책을 펼쳐야 한다. 더불어 꾸준히 제기돼 왔던 소상공인 구제 정책에 대한 명확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배달 플랫폼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시장 내 상인들의 독립성을 확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배달 요금 책정 시스템과 배달 산업 구조의 투명한 운영이 전제돼야 한다. 지난해 5월 한 패스트푸드점은 ‘배달 무료’라고 명시했으나 햄버거 가격에 배달 비용을 포함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 이후 해당 사건이 공론화되자 소비자들의 뭇매를 맞았다.

가맹점-배달 플랫폼-소비자로 이어지는 배달 구조상, 배달료 책정 방식과 요금 인상의 분명한 원인을 소비자들은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소비자들이 배달 구조를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도록 투명한 운영이 필요하다. 소비자와 가맹점, 배달 플랫폼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김수정 기자<soojung229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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