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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27일 토요일

국보 경매 논란에 부쳐…“문화재의 보호 계승은 국가의 소명이다”

지난 1월 27일 간송미술관이 소유하고 있던 국보 2점이 경매에 출품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출품작은 국보 72호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과 73호 ‘금동삼존불감’. 전문가들은 문화재 경매 사상 최고 낙찰가를 예상했지만, 모두 유찰됐다. 각각 32억 원, 28억 원을 시작가로 경매에 부쳐졌으나 응찰자 없이 조용히 마무리됐다.

나라의 보배, 국보(國寶)가 상업 경매에 모습을 드러낸 일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예술계는 발칵 뒤집혔다. 지속적인 운영을 위해 경매 출품이 불가피했던 박물관 측과 국보를 경매에 부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예술계의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

간송 전형필 선생이 설립한 간송미술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 미술관이다. 한국의 문화재를 보존하는 데 크게 일조한 기관으로 유명하다. 선생은 일제강점기 자신의 전 재산을 들여 일본에 유출되는 문화재들을 사들였고, 이를 수십 년간 간송미술관 산하에서 관리•연구해왔다. 이후 그의 후손들이 대를 이어 운영해왔지만, 최근 코로나19 장기화로 재정난이 겹치며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에 간송 측은 국보 매각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선택했다. 하지만 세간의 이목은 곱지 않았다. “국보를 경매에 내놓아 높은 값을 받고 영리를 취하려는 태도”라는 비판이 각계에서 이어졌다. 전 간송미술관 감사 권국현 변호사는 이에 “간송미술관은 대기업이 아닌, 가족이 운영한다. 전시 수입과 후원금 외에 다른 자산도 없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전시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비를 털어 운영해왔다”며 이해를 구했다.

그러나 여론은 들끓었다. 문화예술계는 “국가의 정신과 역사가 깃든 국보를 상업 경매에 부치는 것은 문화유산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것”이라며 “서울 미술관 수장고와 대구 미술관 건립에 국비와 시비 460억 원 이상이 투입됐다. 재정난은 합당한 이유가 아니”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경매에 출품된 국보 2점은 전인건 관장의 개인 소유로, 정부 주도하에 개인 수익과 문화재 보호가 이뤄져야 한다며 국가에 책임을 묻기도 했다.

사실 간송미술관의 문화재 매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간송 측은 2020년 국가 지정 보물 2점(금동여래입상, 금동보살입상)을 경매에 출품했다 모두 유찰된 ‘전력’이 있다. 당시 국립중앙박물관이 30억 원을 들여 이를 구입했다. 다만 이번 경매에서 국립중앙박물관은 “국보 매입 계획이 없다”며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문화재를 보존하여 민족문화를 계승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민의 문화적 향상을 도모함과 아울러 인류문화의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국가의 문화재 보존에 대한 책임은 이렇듯 문화재보호법 제1조로 명시돼 있다. 자국의 역사와 정체성이 깃든 문화재를 보호•계승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임이며 소명이다. 이번 간송박물관 국보 경매 사태에서 국가기관은 그 어떤 적극적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가상화폐를 모금하고 단체를 조직하는 등 응찰을 위해 힘썼다. 시민사회의 노력과 대비되는 국가의 소극적인 태도는 그래서 더욱 아쉽다.

이에 국립중앙박물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등 국가 운영 문화 산업체의 적극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리 역사와 문화 수호를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문화와 역사를 향한 민간의 관심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특정 상황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평소에도 우리 문화재와 국가 유산을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한다. 문화유산 속에는 값을 매길 수 없는 무수한 가치와 혼이 서려 있다. 국가, 개인, 기업 모두가 연대해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 문화재를 지켜야 한다.

김수정 기자 <soojung229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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