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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27일 토요일

[북 리뷰]치유되지 않는 상처 – 아동학대와 상처받은 뇌

치유되지 않는 상처 – 아동학대와 상처받은 뇌 … 아동학대가 한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 뇌과학적 측면에서 접근

매년 11월 19일은 ‘아동학대 예방의 날’이다. 아동학대 예방과 방지에 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제정한 법정기념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시작해 올해로 15년을 맞았다.

지난해 발생한 일명 ‘정인이 사건’을 기점으로 아동학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꾸준히 증가하고, 가해자의 처벌 수위를 높이라는 사회적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극악한 아동학대 사건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최근 법무부가 공개한 관련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아동학대사범으로 입건된 이는 8801명이었다. 올해는 5월 기준 5572명으로 집계됐다.

따라서 아동학대에 대한 일시적이고 단순한 관심에서 벗어나 근본적 대처와 해결를 위한 매커니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동학대 문제해결을 위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도서가 있어 눈길을 끈다.

도모다 아케미 박사가 쓴 <치유되지 않는 상처 – 아동학대와 상처받은 뇌>(군자출판사)가 바로 그것. 아동학대가 한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뇌과학적 측면에서 접근한 책이다. 아동학대로 인해 피해아동에게 발생하는 정신질환 및 정서장애, 이상 반응, 아동학대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을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며 다각적으로 접근한다. 저자는 피학대아동의 ‘마음의 상처’와 ‘뇌의 상처’ 모두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사진=김수정 기자/아동학대와 상처받은 뇌>

책은 ▲제1장 아동학대의 실태 ▲제2장 학대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적 문제_생체•심리•사회에 미치는 영향 ▲제3장 학대로 인해 발생하는 뇌의 변화 ▲제4장 학대받은 아이들에 대한 돌봄, 치료 ▲제5장 아동학대에 관해 알아야 할 지식 등으로 구성됐다. 이 중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3장과 4장이다.

저자는 3장 ‘학대로 인해 발생하는 뇌의 변화’에서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뇌 과학 분야의 다양한 연구를 소개한다. 학대를 당하고 있는 아이들, 학대 경험이 있는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실험을 근거로 학대 아동에게 발생하는 뇌파 이상을 설명한다. 또한 학대 유형별, 학대 경험 연령별, 뇌의 영역별로 다른 연구를 진행해 학대로 인한 뇌의 자극을 다양한 관점에서 제시한다.

4장 ‘학대받은 아이들에 대한 돌봄, 치료’에서는 학대 아동의 ‘마음의 상처’ 뿐 아니라 ‘뇌의 상처’도 함께 치료해야 함을 지적한다. 대중들은 학대 이후 피학대아동이 겪는 마음의 상처에 공감하며 분노하지만, 시간이 지난 후 피학대 아동에게 더욱 치명적인 것은 뇌의 상처, 즉 트라우마라며 충분한 치료를 통해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학대가 또 다른 학대를 낳는 ‘학대의 세대 간 연쇄’의 위험성을 여러 차례 경고하며 개인과 사회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아동학대와 상처받은 뇌>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우선 아동학대를 단순 범죄로만 규정하지 않는다. 저자는 아동학대를 ‘처벌’해야 하는 범죄나 ‘근절’해야 하는 사회현상으로 단정 짓지 않고 ‘치료’해야 하는 질병임을 강조한다. 아동학대를 뇌 과학과 연계해 치료 가능한 영역으로 끌어올린다.

또한 아동학대를 일종의 발달장애로 유형화한다. 책은 아동학대와 발달장애를 비교•대조하며 내용이 전개된다. 실제로 저자는 아동학대를 ‘트라우마 관련 발달장애’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학대 경험이 일회적•만성적으로 영향을 미쳐 발달 과정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조명한다.

저자는 단순히 아동학대라는 주제를 두고 감정에 호소하지 않는다. 분명한 의학적 근거와 입증된 자료를 통해 아동학대의 심각성을 떠올린다. 기존의 아동학대 관련 도서들은 학대 과정과 가해자의 잔인함, 피해 아동의 상황 등을 부각해 독자들의 감정 동요를 불러일으켰다. 반면 이 책은 객관적인 자료와 연구를 바탕으로 아동보호에 냉철한 시각을 갖고 제도 및 인식 개선을 완강히 요구한다.

저자 ‘도모다 아케미’는 소아발달학, 소아정신신경학, 사회융합뇌과학을 전문으로 하는 일본의 소아신경과 의사이다. 그는 아동심리만을 다루는 다른 의사들과 달리 아동학대와 뇌과학 분야를 연계해 아동학대를 범하는 부모의 뇌와 사고방식 등을 연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본 후쿠이대학교 마음발달연구센터 교수 겸 부센터장, 같은 대학 부속병원의 아동마음발달진료센터 부장 등 아동심리치료 분야에서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11년 <치유되지 않는 상처-아동학대와 상처받은 뇌> 발간 이후 <아이의 뇌에 상처 입히는 부모들>(2019년), <부모의 그 한마디가 아이의 뇌를 변형시킨다>(2021) 등 관련 서적을 꾸준히 집필하고 있다.

‘치유되지 않는 상처’에서 ‘치유될 수 있는 상처’로 변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누구 하나가 아닌 우리 모두의 공동체적 노력이 절실하다. 아이들의 순수한 웃음을 지켜줄 수 있는 어른이 되는 것. 이것이 바로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가장 첫 단계가 아닐까.

“우리들이 무엇보다도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은, 살아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기쁨에 넘치는, 어린이들의 웃는 얼굴을 되찾아 주는 것에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 <치유되지 않는 상처 – 아동학대와 상처받은 뇌>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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