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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20일 토요일

“외면할 수 없는 생명의 아름다움을 전하다”···영화 《수라》

지난달 새만금 지역 일대에서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행사가 개최됐다. 행사가 진행되며 여러 논란이 일자 개최지인 ‘새만금’에 관심이 쏠렸다. 이런 가운데 새만금의 자연과 생명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세상에 나왔다.

<사진 제공=새만금 개발청/새만금 방조제 구간>

새만금은 부안군과 군산시를 잇는 33.9km의 세계 최대 방조제를 축조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약 서울의 2/3 크기(40900ha)의 개발 및 농업 용지를 확보하기 위해 새만금 간척사업을 진행했고 원래 자리 잡고 있던 갯벌들을 모두 매립했다.

<사진 출처=네이버 영화/영화 <수라> 포스터>

다큐멘터리 영화 《수라(Sura:A Love Song)》는 새만금에서 유일한 갯벌 ‘수라’와 그곳을 20년 동안 기록해 온 사람들의 이야기다. 황윤 감독이 제작한 <수라>는 지난 6월 21일 개봉했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100개의 극장 추진단’ 모집을 4일 만에 달성했고 제20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한국경쟁 대상 등을 수상했다.

<수라>의 첫 번째 관전 포인트는 ‘갯벌이 죽어가는 괴정을 담아낸 연출’이다. 새만금 간척사업이 진행되며 갯벌이 매립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갯벌에 사는 생명체들은 아무 죄 없이 죽어간다. 법정 보호종인 ‘검은머리갈매기’가 알을 품은 모습 뒤로 매립토를 실은 덤프트럭이 지나가는 장면이 나온다. 갯벌의 생명력과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의 모습이 대비된다. 이러한 연출은 과연 인간에게 자연을 훼손할 권리가 있는지 자문하게 만든다.

갯벌은 무수한 생명을 품은 땅이다. 하지만 몇 년 사이 늘어난 방조제로 인해 해수 유통이 줄어든 갯벌 생태계는 위기를 맞았다. 대규모 간척사업으로 조개 등의 어패류는 폐사했고 철새들은 갈 곳을 잃었다. 자연스레 일터였던 갯벌이 병들자 어민들의 일자리도 사라졌다. 갯벌에서만 살아가는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흰발농게’도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영화 전반에서 강조하는 것은 개발보다 중요한 ‘환경 보전의 가치’다. 인간의 욕심으로 사라지고 있는 갯벌. 갯벌이 사라지고 나서야 우리는 그 가치를 알 수 있었다.

두 번째 관전 포인트는 ‘갯벌을 지키려는 노력과 갯벌의 변화’다. 방조제가 열리고 하루 2회 해수가 들어오면 더러웠던 뻘물이 다시 맑아진다. 이것은 아직 갯벌이 살아 있다는 신호다. 크고 위대한 자연은 우리의 적은 노력으로 재생될 수 있다.

황윤 감독은 가까이서 본 갯벌의 아름다움을 외면하지 않고 장장 7년간 촬영을 이어간다. 촬영 기간 황 감독은 갯벌을 조사하고 기록하는 새만금 시민생태조사단을 만나고 이들과 함께 갯벌을 관찰한다. 평범한 시민들로 이뤄진 조사단은 ‘직접 행동하면 갯벌을 지킬 수 있다’고 말한다. <수라>는 갯벌을 되살리려고 노력하는 이들의 모습을 조명해 인간의 노력으로 자연을 되살릴 수 있다고 거듭 강조한다.

마지막 남은 수라 갯벌에도 위기가 찾아온다. 정부는 수라가 “육지화됐다”고 주장하며 신공항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갯벌은 오염물질을 제거·분해하고 탄소를 흡수하며 기후 위기를 막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또한 2021년에는 국내 갯벌 4곳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돼 세계가 인정한 우리나라의 소중한 자산이다. <수라>는 갯벌이 무한한 생명의 터전인 동시에 인류가 지켜야 하는 지구의 보물임을 거듭 상기시킨다. 또 우리의 작은 관심으로도 갯벌은 살아날 수 있다고 말한다.

갯벌의 아름다움은 두 눈으로 직접 보기 전까지 알 수 없다. ‘갯벌이 얼마나 위대한지, 얼마나 위태로운지’ 도시에 있는 우리는 모르고 있다. <수라>는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갯벌이 살아있음을, 또 사라지고 있음을.

배건효 기자<ghism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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