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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13일 금요일

청년들이 바라본 ‘주 69시간 근무제’ … 대학생 90.7% “제도 개편 반대”

지난달 6일, 고용노동부가 주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는 근로시간 개편안을 공개했다. 근로시간을 유연화하고 4일제 근무와 장기휴가 등을 활성화하겠다는 목적에서다.

근로시간 개편안은 근로자의 선택권, 건강권, 휴식권 보장에 초점을 맞춘다. 근로자가 주당 최대 52시간까지 근무하는 현행 제도를 주 69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허용해 근로시간 선택권을 확대한다.

근로자의 건강권 침해 예방을 위한 ‘3중 건강보호장치’도 마련할 방침이다. 3중 건강보호장치란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식 부여 또는 1주 64시간 근무 상한 준수 ▲산업재해 과로 인정 기준인 4주 평균 64시간 이내 근로 준수 ▲관리 단위에 비례한 연장근로 총량 감축(분기 90%·반기 80%·연 70%) 등이다.

또한 ‘근로시간저축계좌’를 도입해 휴가제도를 강화한다. 연장근로 시간을 계좌에 저축한 뒤 추후 임금 혹은 휴가로 변환하는 방식이다. 근로시간저축계좌를 통해 휴가를 활성화하고 휴식권을 보장한다.

하지만 개편안을 두고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실제로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지난 1월9일부터 11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근로시간 개혁에 대해 응답자의 45%가 찬성, 48%가 반대 입장을 보였다(미응답 7%). 세대별 응답 비율은 20대의 57%와 30대의 60%가 근로시간 개편에 반대했다. 반면, 60대와 70대는 각각 67%와 54%가 찬성하며, 젊은 세대에 비해 제도 개편에 대한 긍정 여론이 우세했다.

이에 <삼육대신문>은 <한국체육대학보>와 함께 지난달 23일부터 26일까지 ‘주 69시간 근로제’ 개편에 대한 청년층의 인식을 조사했다. 본 설문은 서울권 대학생(학부 및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시행했으며 총 482명이 참여했다.

<사진= ‘주 69시간 근로제’ 개편안 청년층 인식 조사/주 69시간 근로제>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근로시간제도 개편방안에 대해 알고 있는가’를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80.3%가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근로시간제도 개편방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물음에는 90.7%가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대학생 대다수가 주 69시간 근로제도 개편에 부정적임을 알 수 있었다.

<사진= ‘주 69시간 근로제’ 개편안 청년층 인식 조사/주 69시간 근로제>

근로시간제도 개편방안에 찬성한 이들은 그 이유로 ‘연장근로, 휴게시간 등 근로시간에 대한 선택권이 확대된다(71.1%)’, ‘선택근로제, 탄력근로제 등 유연한 근무방식이 확산되어 일과 생활 균형을 도모한다(46.7%)’, ‘근로시간저축계좌제가 휴가를 활성화시켜 근로자의 휴식권이 보장될 것이다(17.8%)’ 등을 꼽았다.

근로시간제도 개편 반대 이유 중에는 ‘과로와 장시간 노동을 조장하는 제도’라는 지적이 83.1%로 가장 높았다. MZ세대 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가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는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개선해왔던 국제사회의 노력과 역사적 발전 과정에 역행한다”고 비판하며 개편안에 반대한 것과 비슷한 반응이다. 고용노동부 주무 기관인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1주 평균 52시간 일한다고 가정했을 때, 15.6시간만 더 일해도(주 67.6시간) 단기 과로 요건에 해당한다. 주 69시간 체제에서 과로에 의한 사고 증가는 필연적이다.

<사진= ‘주 69시간 근로제’ 개편안 청년층 인식 조사/주 69시간 근로제>

근로제 개편 반대 이유로는 ‘기존 휴가도 사용하기 힘든 현실에서 근로시간저축계좌제 도입을 통한 휴가 활성화는 비현실적이다(66.1%)’, ‘노동시간을 줄이려는 세계적 추세를 거스르는 개혁이다(47.4%)’, ‘선택근로제와 탄력근무제를 악용하여 일한 만큼 보상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46%)’ 등의 순으로 반응이 나타났다. 기존 근로 제도하에서도 잘 사용하지 못하던 연차·휴가 제도의 위축과 장기노동으로 인한 부작용 등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다.

청년들은 주 69시간 근무제 개편에 대해 부정적이다. 대개는 해당 개편안이 과로를 조장하며 워라밸을 보장하지 않는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3중건강보호장치, 근로시간저축계좌 등 보완책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품고 있다.

<사진=unsplash>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연평균 근무시간은 1915시간으로, 평균(1716)보다 199시간 길다. 또한 일·생활 균형을 나타내는 지표인 ‘주 50시간 이상 장시간 근로자’ 비율도 한국이 19.7%로 역시 평균(10%) 이상이다. 한국에서 ‘과로’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여겨진 지 오래고, 젊은 근로자들은 워라밸을 가장 중요한 가치 가운데 하나로 여긴다. 이번 개편안은 고질적인 사회문제를 더욱 심화시켜 우리 사회를 ‘과로 사회’로 만들 수 있다.

또한 주 69시간 근무제의 도입은 근무시간을 줄이고 있는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행보다. 미국, 유럽, 남아메리카 등 세계 각국은 이미 주 4일제 근무제를 도입하며 근무시간을 단축하고 있다. 근로자의 권익을 우선 보장하고, 시대적 흐름과 세계적 추세에 발맞춘 선진적 근로제도로의 개선이 요구되는 까닭이다.

배건효 기자<ghism02@naver.com>

안호진 기자<ahj10019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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