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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27일 토요일

아트 인 메타버스, 메타버스로 예술의 한계를 넘어서다

코로나 상황 속, 언택트 시대가 도래하며 다양한 플랫폼이 성행하고 있다. 비대면 수업의 수가 증가하며 줌(ZOOM) 사용자는 코로나19 이전보다 3억 명가량 증가했다. 또한, 가상세계에서 아바타를 활용하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는 이용자 3억 명을 달성했다. 과거 우리가 꿈꿨던 가상 현실은 개인의 참여가 어렵다는 한계를 가졌다. 그러나 현재의 가상 현실은 가상 공간에서 정치, 경제 등의 다양한 분야를 개인이 원하는 대로 실현할 수 있는 ‘메타버스’로 한계를 극복했다. 메타버스는 가상을 뜻하는 ‘meta’와 세계를 뜻하는 ‘universe’의 합성어다. 현실과 가상의 공간이 합쳐진 메타버스는 물리적 제한 없이 원하는 사회문화적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는 게 이점이다. 이를 활용해 학교 입학식과 졸업식, 콘서트, 팬 사인회 등의 사회문화적 활동 사례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번 우리 대학 신입생 OT도 지난달 22일 메타버스를 이용해 진행한 바 있다. 코로나19로 제한된 대면 활동을 비대면으로 제한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메타버스는 사람들에게 크게 주목받고 있다.

현실과 가상 공간을 함께 어우르는 메타버스의 확대는 시공간의 제약 없이 작가의 의도를 표현할 수 있어 예술계에서도 각광받고 있다. 더불어 메타버스 중 주목받고 있는 기술인 NFT를 예술에 적용하면서 메타버스와 예술의 결합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는 희소성을 가진 디지털 자산이다. NFT는 가상 자산과 다르게 고유한 인식 값을 가져 상호 교환이 불가능하다는 특징을 가진다. NFT는 최근 디지털 예술품, 온라인 스포츠, 게임 아이템 등에서 점차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다. <삼육대신문>은 NFT, 3D 그래픽, VR 등의 기술과 현대 예술이 함께 승화된 디지털 아트를 관람하고자 <아트 인 메타버스>에 방문했다. 아츠클라우드에서 주최한 이번 전시회는 올해 5월 31일까지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관람 가능하다. 전시회는 1관, 2관, 3관으로 이루어진다. 1관은 공모전에 선발된 글로벌 아티스트 100인의 디지털 아트를 볼 수 있다. 2관과 3관은 국내외 미디어 아티스트 8인의 특별전이 전시돼 있다.

<사진 출처= 이주빈, 임민진 기자>

1관에 들어서면 인조 나무와 디지털 아트 작품이 함께 어우러져 숲과 같은 느낌을 준다. 그중 입구 맞은편에 있는 버릴 빌리치(BerylBilici)의 ‘갇힌(LOCKED)’이 가장 먼저 눈길을 끈다. 사람을 형상화한 로봇이 감정 없는 표정으로 작은 상자 안에 갇혀 최소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질감과 답답함을 준다. 개인의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해 무궁무진하게 지식을 발전시킬 수 있는 현대 사회지만, 무분별한 확장성으로 인해 정작 개인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현대인을 작품으로 나타냈다. 현대 사회에서 오히려 주체성을 잃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연상된다.

<사진 출처= 이주빈, 임민진 기자>

홍성우의 ‘아파트, 빛의 움직임 3(Apartments Movement of light 3)’은 일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소재인 ‘아파트’를 작품으로 활용했다. 영상이 재생되는 24초 동안 아파트 외벽에 비친 그림자가 시간에 따라 변화한다. 타임랩스를 연상케 하는 작품은 우리에게 친숙한 아파트를 예술의 대상으로 승화했다는 점에 의의를 갖는다.

<사진 출처= 이주빈, 임민진 기자>

<아트 인 메타버스>의 전시 작품 중 TOP 5로 꼽힌 ‘레이턴트 스케이프 (Latent scape)’는 영상과 음악이 결합한 작품이다. 이탈리아 국적 프란츠 로사티(FRANZ ROSATI)의 작품으로, 굴곡진 황토색 선과 사이로 그려진 파란색 선은 마치 골짜기를 연상시킨다. 작품 속 음악은 인간의 학습 능력을 컴퓨터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기법인 ‘머신 러닝’으로 제작됐다. 생성된 음악은 위성 사진과 결합돼 영토를 탐험하는 과정을 표현했다. 밝은 빛과 함께 시시각각 변화하는 화면은 생동감을 불러온다.

<사진 출처= 이주빈, 임민진 기자>

캐롤라인 라이즈와 조성민 작가가 협업해 제작한 작품 시리즈 ‘크노스페(KNOSPE)’는 독일어로 꽃봉오리를 뜻한다. <아트 인 메타버스>에는 ‘코노스페 Ⅲ’가 전시돼 있다. 평면 혹은 모니터에 전시된 일반적인 작품과 달리 코노스페 Ⅲ는 두 면의 벽이 마주 보고 있는 전시장 코너에 위치했다. 반투명 스크린에 쏜 레이저 빛과 소리를 활용해 작품을 시청각적으로 나타냈다. 음악에 맞춰 빠르게 변화하는 화면은 인간의 감정과 기술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나타내고 있다.

<사진 출처= 이주빈, 임민진 기자>

전시회 2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최성록의 ‘제네시스 캐니언(Genesis Canyon)’이 시선을 끈다. 화려한 색감으로 제작한 3D 애니메이션과 함께 어우러지는 음악은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하다. 작품은 동시대의 현실과 가상의 공간이 자아내는 풍경을 신화적 상상력으로 나타냈다. 또한 디지털 사회 속 인간과 기술의 관계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작품은 크게 세 가지 이야기를 담는다. 첫 번째는 창조자 ‘이더’에 의해 만들어지는 세계, 두 번째는 세계의 구성물이 만들어지는 과정, 세 번째는 식물과 동물의 공생을 담았다. 현실 세계에 있을 법한 신화적 세계관을 가상으로 표현해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무는 느낌을 받는다.

추가로, 전시관 2층으로 이동하는 길에 인간, 동물, 로봇, 바이러스의 관계와 순환을 담은 최성록의 ‘Great Chain of Being’도 관람할 수 있다.

<사진 출처= 이주빈, 임민진 기자>

안성석 ‘너의 선택이 그렇다면’은 가상 공간을 모션 기어 시뮬레이터와 게임 엔진을 통해 표현했다. 관람자를 1인칭 시점으로 하여 경찰차를 피해 달아나는 상황을 연출했다. 최소한의 움직임만을 허용한 플레이는 개인 최소한의 개입도 허용되지 않는 사회의 모습을 나타낸다. 3D 렌더링과 VR 온라인 시뮬레이터로 이루어져 관람자에게 실제 차량을 운전하는 듯한 몰입감을 느끼게 한다.

<사진 출처= 이주빈, 임민진 기자>

전시 2관 막바지에 다다르면, 타카오 슌스케의 공간이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타카오 슌스케는 NFT를 이용한 ‘자동 생성되는 가면들’을 제작했다. 가면의 모양과 표정, 색상이 다양하게 바뀐다. 또한, 작품의 우측 하단에 QR코드를 스캔하여 NFT 마켓을 통해 가면들을 직접 구매할 수 있다. ‘자동 생성되는 가면들’은 다양한 색감을 사용하면서 가면의 무늬가 대칭으로 구성돼 예술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공간 왼편에는 타카오 슌스케의 코딩 인터뷰와 유튜브 영상이 모니터를 통해 상영된다. 영상 속 타카오 슌스케는 ‘데일리 코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데일리 코딩’이란 매일 코딩을 하며 크리에이티브 코딩의 개념을 발견하고 확장해 나가는 활동이다. 나아가 타카오 슌스케는 일상 생활을 포함해 자신이 속한 지역 사회·문화를 코딩 활동과 연계하는 ‘소셜 코딩’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 기간 중, 매주 토요일 13시부터 14시까지 타카오 슌스케의 유튜브를 통해 코딩 과정을 라이브로 시청할 수 있다.

<사진 출처= 이주빈, 임민진 기자>

마지막 전시관인 3관은 단독 공간으로 운영된다. 붉은 조명을 바탕으로 큰 새의 사진이 걸려 있는 3관은 VR로만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VR을 착용하면 약 8분 동안 권하윤 작가의 ‘새 연인’이 시작된다. 새 연인은 작가가 만들어낸 작품 속 한 여성의 애칭이다. 계단을 올라가 문을 열면 유럽풍의 새장 가득한 방이 보이는데, 이 안에서 큰 새를 마주할 수 있다. 날개를 펼친 새가 자유롭게 날아다님과 동시에 공간의 변화가 일어난다. 변화 이후 노란 새가 한 노인 위에 앉음으로써 작품이 마무리된다.

‘새 연인’의 섬세한 공간 디자인과 생동감 있는 새의 날갯짓은 관람객이 또 다른 세상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내레이션을 덧붙여 관람객의 주도적인 참여를 유도해 관람객이 작품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만든다.

<아트 인 메타버스>는 우리나라 작품뿐 아니라 일본, 독일, 이탈리아 등 여러 국가의 디지털 아트가 전시돼 있다. 전시회는 다양한 색감의 예술 영상과 음악이 어우러져 마치 한 편의 공상 영화를 본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 전시 2관과 3관은 체험 공간으로 구성돼 있어, 메타버스를 어렵게 느꼈던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전시장 곳곳엔 QR코드를 인식할 수 있는 팻말이 설치돼 있는데, 이를 통해 오프라인 전시장에서 볼 수 없는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아트 인 메타버스>는 예술을 단순 관람에 그치지 않고, 경험과 체험을 통해 작가의 생각과 표현을 몸소 느낄 수 있게 한다. 전시회의 작품들은 메타버스와 아트가 결합함으로써, 평면 예술을 통한 작가의 표현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현실과 가상을 넘나들며 메타버스와 변화하는 아트 시장을 몸소 느껴보길 바란다.

임민진 기자<septmimij@naver.com>
이주빈 기자 <leejubin010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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